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을 보신 분들이라면 특유의 시대적 분위기를 한 번쯤 느껴보셨을 것입니다. 기차가 등장하지만 전통 가옥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고, 군복 차림의 인물이 있는가 하면 기모노를 입은 사람들이 거리를 오갑니다. 이 묘한 공존은 단순한 연출이 아니라, 실제 역사 속 다이쇼 시대의 분위기와 맞닿아 있습니다. 오늘은 귀멸의 칼날 속 세계가 다이쇼 시대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다이쇼 시대란 어떤 시기였을까
다이쇼 시대는 일본 역사에서 근대화의 시작을 알린 메이지 시대와 전쟁의 격동기라 불리는 쇼와 시대 사이에 끼어 있는 약 1912년부터 1926년까지의 짧은 시기입니다. 그러나 이 짧은 기간 동안 일본 사회는 급격히 변화했습니다. 서구 문물이 본격적으로 퍼져 기차나 전등, 서양식 건축물이 도시 곳곳에 들어섰지만, 시골에서는 여전히 농경 생활과 전통 관습이 이어졌습니다.
즉, 다이쇼 시대는 전통과 근대가 공존하던 과도기였습니다. 귀멸의 칼날의 무대가 바로 이 시기를 배경으로 설정된 것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작품의 주제를 강화하는 장치라 볼 수 있습니다.
귀멸의 칼날 속 다이쇼 시대의 흔적
작품 속에는 다이쇼 시대의 특징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 특징들 중에서 몇 가지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기관차: 무한열차 편에서 등장하는 증기기관차는 당시 일본 근대화의 상징이었습니다. 교통의 혁신이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공포와 재난을 싣고 오는 도구로도 표현되기도 합니다.
- 의복: 탄지로나 네즈코는 여전히 전통 기모노를 입지만, 기유나 기둥들은 서양식 코트나 군복에 가까운 복장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의상의 차이는 시대적 전환기의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 거리 풍경: 작품 속 마을을 보면 전통 목조건물 옆에 서양식 간판이나 가로등이 공존합니다. 이는 도시와 농촌, 근대와 전통의 충돌을 시각적으로 드러냅니다.
전통과 근대의 충돌, 그리고 혈귀
다이쇼 시대의 배경은 작품의 중심 갈등인 혈귀와 인간의 싸움과도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습니다. 혈귀는 밤의 존재이며 전통적으로 여겨지는 공포의 화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반면 귀살대는 서양식 무기와 기술, 근대적 조직 구조를 갖추고 혈귀에 맞섭니다. 이는 곧 전통적인 공포와 근대적인 힘의 대결로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다이쇼 시대라는 배경은 시대의 변화가 낳은 불안과 희망을 동시에 보여주는 장치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인간과 혈귀의 대비, 시대적 불안의 반영
메이지 시대 이후 급격히 서구화된 일본은 겉으로는 발전을 이뤘지만, 내부적으로는 큰 불안감이 감도는 시대였습니다. 계층 간의 격차, 전통 사회의 붕괴, 급속한 사회 변화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혼란을 주었습니다. 전혀 다른 문화가 급속도로 사회에 퍼진다면 그것에서 오는 불안감은 정말 엄청날 것 같습니다. 귀멸의 칼날의 혈귀들은 이런 사회적 불안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혈귀는 인간 사회를 파괴하고, 가족을 앗아가는 존재로 등장합니다. 이는 전통적인 생활 방식을 흔들어 놓는 낯선 변화의 공포를 상징합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여전히 인간다움을 지키려는 주인공들의 투쟁을 더욱 부각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다이쇼 시대와 탄지로의 여정
탄지로의 이야기는 다이쇼 시대가 가진 이중적인 성격과 닮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가족을 잃고 절망을 경험하지만, 동시에 더 나은 미래를 바라보며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동료들과 친해지면서 함께 성장해 나갑니다. 이는 전통과 근대가 공존하는 혼란스러운 시대 속에서 어떻게 자신의 길을 헤쳐나가는지를 보여줍니다. 탄지로가 사용하는 물의 호흡은 전통적인 검술을 계승한 것이지만, 그는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과 방식을 생각해 내고 습득해 나가며 변화합니다. 이것은 곧 다이쇼 시대 사람들이 서구 문물을 받아들이면서도 전통을 놓지 않으려 했던 모습과도 겹쳐 보입니다.
다이쇼 시대가 남긴 울림과 오늘의 메시지
귀멸의 칼날이 단순한 액션물이 아니라 깊은 여운을 남기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시대적 맥락 덕분입니다. 다이쇼 시대라는 배경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과도기의 불안을 떠올리게 합니다. 과거를 지키려는 마음과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압박은 시대를 넘어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도 공감되는 주제입니다.
작품 속에서 탄지로가 끝까지 지키려 했던 것은 가족과 인간다움이었습니다.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결코 잃어서는 안 될 가치가 무엇인지를 일깨워 주는 것 같았습니다. 기관차에 탄 기모노 입은 사람들, 밝은 전등과 어두운 산길이 공존하는 장면 속에는 다이쇼 시대 특유의 긴장감이 담겨 있고, 힘겹지만 앞으로 나아가며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의 모습은 오늘날을 사는 우리에게도 큰 울림을 줍니다.변화의 시대 속에서도 잃지 말아야 할 가치는 인간다움과 사랑이라는 사실을 이 작품 전반에서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혼란스럽던 다이쇼 시대라는 배경은 그 메시지를 더욱 선명하게 비추는 장치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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